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지혁이의 추천으로 읽은 책.

지혁이랑 진성이랑 북클럽하면 꽤 재밌다. 셋이 다 다른 전공을 해서 그런가?

지혁이 인생영화가 리틀포레스트라는 걸 듣는 순간부터 아 나랑은 좀 안맞는 군 싶어서 취향을 다 무시했는데, 이번에 아주 괜찮은 책을 골라서 같이 읽게 되었다. 

 

삽화가 아주 귀엽군?

나는 인생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기회가 크게 없다. 내가 어린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어린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의견을 피력하고, 가끔 마주치게 될 때마다 이 세상엔 이런 멋진 어른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게 솔선수범하는 정도? 아주.. 아주 어려운 일이다... 

 

우선 이 책을 쓴 김소영작가님에게 멋지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어린이들에게 조차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 세상속에서 어린이들의 강력한 변호인이 나타난 느낌이다. 어린이의 행동들에 설명을 덧붙이고 내가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모순되었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도 완벽하지 않은데 이 작가를 어떻게 마냥 비하할 수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가장 크게 모순되었다고 느꼈던 부분은 어린이들에게 반말을 해도될지/ 존댓말을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던 부분이다. 어린이들의 존댓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기로 했고, 마음같아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독서교실을 할 때 반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불만 가득하게 책장을 넘겼는데, 같이 북클럽 친구들이랑 얘기해보니 마음이 이해도 간다. 교사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근데 또 성인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성인교사분들은 대부분 존댓말을 쓰잖아? 성인학생들은 대부분 교사들을 존중하고 사회적으로 발달되었기 때문인가? 고등학교 때도 존댓말/반말 쓰는 선생님들의 이미지가 달랐는데, 그렇다면 중학생 정도까지만 학생들에게 반말을 해야하는 건가? 이야기하다보니 경계선이 굉장히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을 공유한다.

 

어딘가 좀 할머니 같은 말이지만,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분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사실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그것이다. -20p-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좋은 대접을 받아봐야 좋은 대접을 계속 받을 수 있고, 남에게도 좋은 대접을 할 수 있다. 받아 본 사람만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키즈 존에 대해서 반대하는데, 이 사회가 지금 성장하고 있는 어린이 그룹조차 참지 못하고 규제를 만들기 시작한다면, 서로서로에 대한 심한 규제가 시작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거에 대해 진성이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요즘 노키즈존을 본적이 없다며, 노키즈존이란 자본주의의 필요에 의해 등장했는데, 시끄러운 아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등장했다가, 이것이 도태된 개념이라는 것을 자각하고는 필요가 없어져 사라졌다는 것이다. 오,, 맞는 말 같음. 자본주의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도덕적으로 정제되는 과정 중에 사라졌다. 우리가 왜 계속 생각하면서 살아야하는지가 드러나는 듯 하다.  

 

 

 

 

 

연말 TV 예능 프로그램 시상식에서 아버지들이 아이를 돌보는 리얼리티 쇼가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출생률이 떨어지는 시대에 아이 돌보는 즐거움을 전파하는 것이 이 쇼가 상을 받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이 쇼를 보지 않는다. 육아가 거의 전적으로 어머니에게 떠맡겨지는 현실에서 아버지가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게 불편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런데 그보다 큰 이유는 거기 나오는 집들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중략).....어떤 어린이는 여전히 TV로 세상을 배운다. 주로 외로운 어린이들이 그럴 것이다. 어린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가장 외로운 어린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중략).....나도 TV가 환상을 판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화려한 것을 보여 줘야 한다면 차라리 세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면 좋겠다. 어느 집 넓은 거실보다는 그쪽이 더 좋은 환상 아닐까. -46p-

현실에서 아버지가 아이를 돌본다는 이유만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게 불편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 일단 이거 정말 너무... 내 생각을 잘 표현했다. 양육은 부모의 몫인데 왜 아빠가 한다는 이유로 그렇게 관심을 받는지. 물론 이런 예능이 나와서 아빠의 양육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자식을 키우는데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하지만,,,,, 에휴,,,

암튼 어떤 어린이들은 TV로만 세상을 배운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맞아, 양질의 교육에는 돈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와 쟤네 집이랑 우리집은 왜 이렇게 다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너무 슬프고ㅜㅠㅡㅜ.... 난 나이를 좀 먹어서야 알게되었기에 더 마음아프다ㅜ

 

 

 

 

 

내가 ‘사랑’을 동원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역시 돌려 말할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쓰자면, 나는 마음이 많은 것이지 인격이 훌륭한 것은 아니다. 사랑은 마음이라는 자원을 필요로 하는데, 자원이란 것은 아무리 많다고 해도 대체로 바닥이 난다. 어린이를 사랑으로 대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헤픈 나는 금방 파산하고 말 것이다. 행여 상처를 주는 어린이를 만났을 때 버틸 수 있을 만큼 내 인격이 훌륭하지도 않다. 이런 내가 자랑스럽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66p-

이건 작가님이 독서교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써놓은 부분이다. 뒤에서 '나는 그래서 아이들을 이성으로 대한다~' 뭐 이런 부분이 있는데, 나한테 되게 새롭게 다가왔다. 난 예전에 '교사나 의사 등등 사람을 대하는 일이 직업의 한 부분인 사람들은 공감을 잘 해야하고~ 정서적으로 교류가 잘되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구절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람에게 사랑은 자원이고 그걸 쓰면 파산한다. 순간순간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에 잘 대처하려면 이성적으로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알고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은 어린이 자신보다 어른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은 구간이다.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수정할 수도, 지어낼 수도, 마음대로 잊을 수도 없다. 어린 시절의 어떤 부분은 어른이 되고서도 한참 뒤에야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시차는 추억을 더 애틋하게 만들고 상처를 더 치명적인 것으로 만든다. 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이 각자 얼마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는지 깨닫고 자주 마음이 좁아졌다. 내가 제일 부러워한 건 ‘곱게 자라서 맺힌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상적인 어린 시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내가 갖지 못했다는 것만은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내 인생이 일찌감치 모양 잡힌 것 같아서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떨치게 된 건 한 어린이 덕분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거나 급식을 먹을 때 느린 편이라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싫은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하셨다. 그 뒤로 나는 그 어린이뿐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자주 “천천히 해”라고 말하게 됐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렸을 때 빨리 하라는 말만 들은 것 같았다. 누가 천천히 하라고 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됐을 텐데. 
...(중략)...
나는 이제 어린이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도 해 준다. 반대로 어린이에게 하지 않을 말은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래야 나의 말에 조금이라도 힘이 생길 것 같아서다. 일의 결과가 생각만큼 좋지 않을 때 괜찮다고,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나를 달랜다. 뭔가를 이루었을 때는 마음껏 축하하고 격려한다. 반성과 자책을 구분하려고,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이 덕분에 나는 나를 조금 더 잘 돌보게 되었다. 나는 예전에 ‘어린이는 어른의 길잡이’라는 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린이를 대상화하다 못해 신성시하는 듯해서였다. 어른이 어린이를 잘 가르치고 이끌 생각을 해야지, 어린이한테 길 안내의 책임을 떠맡기다니. 그리고 어린이가 길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무슨 신비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린이에게 할 말을 고르고, 그 말에 나를 비추어 보면서 ‘길잡이’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어린이가 가르쳐 주어서 길을 아는 게 아니라 어린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심하면서 우리가 갈 길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를 가르치고 키우는 일, 즉 교육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 된다. 가정과 학교는 교육의 출발점일 뿐 결국 책임은 사회가 져야 한다. 그러기 싫어도 사회의 몫으로 돌아오고 만다. 
-108p-

사회가 아이들의 교육에 계속 신경쓰고 책임져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한 대목이다. 나도 '곱게 자라서 맺힌 데가 없는' 사람이 너무 부럽다. 내가 뭐 아주 유난하게 이상한 가족에서 나고 자란 건 아니지만, 난 내가 자존감이 부족하고 가끔은 나를 너무 탓한다는 걸 안다.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으로 가득해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왜 저게 자연스럽게 안될까?'하고 너무 속상하다. '아, 나는 평생 이러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할 때도 있다. 나만 봐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왜 중요한지 (ㅋㅋ) 알 수 있을 듯하다. 아이들에 대한 관용이나 이해가 부족하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하면 그 아이들이 자라 상처를 지닌 사회구성원이 된다. 아니 뭐.. 내가 엄청 유난히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다들 가끔 이럴 때가 있잖아,,,

 

 

 

 

지혁이가 아동학과라서 준비해온 피피티에 굉장히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프로이트 심리성적 발달단계

지혁이가 아동기가 왜 중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음,, 그 때가 인생에서 가장 길게 기억되는 순간들이고, 아직 많이 경험한 게 없어서 그 때의 경험이 향후의 경험에 대한 발판이 될테니까...?' 하는 그럴듯한 답변을 고심해서 내놨다. 근데 진성이가 ㅋㄴㅋㅋㅋㅋㅋㅋㄴㅋㄴㅋㅋㅋㅋㄴㅋㅋㅋ 심즈에서 캐릭터가 애기일 때 배변학습을 제대로 안 시키면 도벽이 생기는 걸 보고 아동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됐다. 라는 말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냥 웃었는데 그게 진짜로 프로이트가 제시한 발달단계에 있는 내용이었다!!!! 그 캐릭터는 항문기에 리비도가 억눌려서 그런거였어!!!!!!! 심즈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만든 게임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암튼 그렇다면 전 생애를 다룬 발달단계도 있을까? 하면서 말해준 에릭슨 심리사회발달단계

프로이트 vs 에릭슨

에릭슨씨 안녕하세용

이런 화질구린 표는 어디서...

뭐,, 이런 생애발달단계가 있는데,,, 나는 지금 연애를 해야하는 나이였다...... ㅋㅎㅋㅎㅋㅎ 망했군,, 나는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발달위기를 맞아 고립감을 갖게 될 것이다...........ㅋ,,,,,,,,,,, 재밌는 게 아동학과 교수님들 중에는 개인면담을 하면 이 발달단계를 언급하시며 지금 연애는 하고 있냐를 꼭 물어보시는 분이 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당,,,, 

아오 어쩌지? 물론 연애만은 아니고 새로운 사람을 만이 만나야하는 단계라고 하긴 하던데 살짝 불안해졌다 ㅋㅎㅋㅎㅋㅎㅋㅎ

 

마지막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싶은가?' 하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대충 다른 사람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건 브라이언을 보고 매번 하는 생각,,, 그런 사람이 진짜 멋있는 것 같다.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그렇다고 남을 불편하게 하지도 않고. 누가 실수해도 감싸주고 참아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항상 다정해서 남을 편안하게 해주고 그런 여유에서 흘러나오는 멋짐~이 가득한 사람!!! 할 수 있겠지? 화이팅ㅎㅎ

 

 

책 재밌게 읽었다! 물론 어린이에 대해 살짝 미화에서 쓴 감도 없지 않긴 하다. 걔네도 사람인데 어찌 사랑스럽기만 하겠어... 하지만 진짜 술술 읽히고 어린이랑 정말 가까이서 지내본 사람이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라 어린이에 대해 (아주아주) 살짝이나마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글고 지혁이가 맨날 종이접기 이런거만 해서 엄청 무시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살짝,, 컴공이 노잼으로 보이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독후감쓰고 싶은데 한 번 쓸 때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엄청 많이 쓰니까 귀찮아서 자주 안 쓰게 되는듯하다. 하지만 노력해보자! 기록하지 않으면 자꾸 잊어버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