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한동일

 

 

 

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더 힘든 것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한 공부를 나눌 줄 모르고 사회를 위해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소위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기 주머니를 불리는 일에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착취당하며 사회구조적으로 계속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는 무신경해요.
- 57p -

  살아갈수록 나와 비슷한 학력/ 비슷한 직급에 있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게 된다. 그렇게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 유대감은 깊어지지만 다른 공동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정치인이 서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가, 의사가 돈이 없는 환자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가, 개발자가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가. 자신이 한 공부를 나눌 줄 모르면 나와 반대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은 특권층으로 만들며 반대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공부라는 흉기로 공격하게 된다.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 79p -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무분별한 위로는 무기력에 빠지게 하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취업을 위해 졸업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스스로에 대해 들여다보고 더 나아가 진리를 탐구하며, 자기 삶을 사랑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합니다. 학생들도 대학 생활 동안 맹목적으로 어떤 목표부터 세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우선해야 합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죠. - 81p -

요즘 일하기 전에 2달간의 아무런 소속도 없는 기간을 겪고 있는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즐거운지를 잘 모르겠다.

나의 대학생활은 졸업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온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금 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이것저것 경험해보는 것도 좋았을 텐데,, 이것저것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삶이 그런 것인데도 사람들은 종종 착각해요. 안정적인 삶, 평온한 삶이 되어야 그 때 비로소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요. 이것은 착각입니다. "지금 사정이 여러모로 안 좋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 일을 혹은 공부를 할 수 없어. 나중에 좀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기면 그 때 본격적으로 할 거야" 라고 하지만 그런 시간은 잘 오지 않아요. 아니,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왔다고 하더라도 이미 필요가 없거나 늦을지도 모르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갈등과 긴장과 불안의 연속 가운데서 일상을 추구하게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평안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삶이기도 하고요. 결국 고통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음의 표시입니다. 산 사람, 살아 있는 사람만이 고통을 느끼는데 이 고통이 없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모순이 있는 소망이겠지요. 존재하기에 피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우리는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갑니다. - 85p -

나는 별 것도 아닌 것에 걱정을 달고 살고, 사소한 일에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 아 이것만 끝나면 좀 덜 스트레스 받겠지", "이 일 끝나면 스트레스 해방이다.", "잠깐 스트레스 받고 말자" 할 때가 엄청 많다! 나만 그런 건 아니고, 현대인의 특성 같긴 하다;;

고통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음의 표시이다. 피할 순 없지만 버티려고 하진 말자!

 

 

 

그렇다면 예수의 가르침과 그분의 행적을 담고 있는 성격이란, 그 해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흔들림이 없어야 겠지만 성경에 예수의 모든 가르침이 기록되지 않았거나, 예수의 본 의도가 온전히 담기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 105p -

호오 한 번도 못해본 생각! 이 구절 보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못해본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제각각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같은 것을 봐도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부터 배우는데, 실제로 경험할 때마다 매번 신기하다.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추는 것, 그것이 결국은 힘이 되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길일 겁니다.
어쩌면 삶이란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만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서 자아실현은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요? - 115p -

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갖추는 것. 나한테 지금 누구한테 줄 수 있는 것이 있나? 조금 작게 생각해서 누구한테 과외를 해준다고 했을 때, 가르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나? 확신을 갖고 가르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조금 더 분발하자!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 가운데는 외적인 요인도 많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 자신이 뿌려놓은 태도의 씨앗들 때문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121p -

잘 모르겠다... 내 생각과 조금 다른 문장이었다.

태도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나는 내가 긍정적인 태도로 남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주위가 나를 회의적이고 예민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관계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 노력에 자꾸 반대되는 결과들이 돌아왔으니까. 혹시 내가 지금하고 있는 것이 이 분이 말하는 '외적인 요소를 탓하기' 인 걸까?

 

 

 

'함께(cum)'하고 '더불어(cum)'하는 걸 즐거워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와 '더불어'의 가치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을 가더라도, '함께'하고 '더불어'하는 일에 무심하고 귀찮아하지 않길 바랍니다. - 135p -

굉장히 찔리는 대목이었다. 나는 예전보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 같다. 나 스스로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 사건들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끔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이 너무 무심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소한 것들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그냥 혼자 있는 게 낫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하고 더불어하는 삶이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말 즐거웠는데, 내가 자꾸 혼자 어두워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ㅠㅜ

다시 함께/더불어의 삶을 귀찮아 하지 않길 바란다!!!

 

 

 

시신은 위생 목적에서 "도시에서 망자를 매장도 화장도 하지 말라(Hominem mortuum in urbe ne sepelito neve urito)"는 12표법의 규정에 따라 성 밖 공동묘지로 옮겨졌습니다. - 139p -

이렇게 법이 세세하기 잘 만들어져 있었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그때 문득 인간은 죽어서 그 육신으로 향기를 내지 못하는 대신 타인에게 간직된 기억으로 향기를 내느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기억이 좋으면 좋은 향기로, 그 기억이 나쁘면 나쁜 향기로 말입니다. -141p -

흔하게 들어본 말이지만 누군가의 부재를 겪어본 사람에게 고인을 어떻게 기억해야할지에 대한 지침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무조건적인 미화 안돼!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생략) ...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듣지 않게 될겁니다.

와 진짜 생각도 못했다! 나는 왜 내 삶을 바꿔놓은 지표가 없을까 하고 매번 생각만 했다.

내가 아는 게 많지 않았구나! 내가 늘 깨어 있지 않았구나! 그래서 그랬구만!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불네란트 옴네스, 울티마 네카트.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 종국에는 죽는다.

제 마음을 한 겹 한 겹 벗겨보니 그가 제게 상처를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서 제 안의 약함과 부족함을 확인했기 때문에 제가 아팠던 거예요. 다시 말해 저는 상처받은 게 아니라 제 안에 감추고 싶은 어떤 것이 타인에 의해 확인될 때마다 상처받았다고 여겼던 거죠. - 278p -

라틴어 문장에 공감했다. 나는 내가 사람에게 상처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 그건 아니고 내 안에 감추고 싶은 어떤 것이 타인에 의해 확인될 때마다 상처받았다고 여겼던 걸까?

사실 다 별것도 아니었던 거고, 내가 내 결점으로 인해 혼자 속상해 했던 걸까? 흠,, 이렇게 귀가 얇아서야,,,

 

 

 

 

밀리의 서재 처음 구독하고 뭐 읽을까~ 했더니 여기저기서 추천해 준 책이다. 정말 오랜만에 책 읽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았다. 읽은지 좀 됐는데 이제야 정리한다. 다들 추천하는데엔 확실히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구석까지 혼자 생각해보고, 많이 공부하신 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